그림과이야기

부산여행중 숨겨져 있던 카페(에틱아일랜드)에서 드로잉

_hwa_ahn 2023. 5.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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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에 담긴 이야기

작년 9월쯤 나는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이때는 내가 이직을 준비하려고 전에 다니던
직장을 나온 시기이다.
부산에는 동생이 타지살이를 하고 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남는 게 시간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동생 얼굴을 보러 갈 겸 해서 부산에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다.
나는 MBTI가 J로 끝나는 계획형 인간인데,
요즘 MBTI가 P인 즉흥적인 인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계획을 많이 줄이고 바로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부산을 가는 것을 마음먹은 것도 계획을 세우고서가 아니라
단순히 '휴식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에서였다.
 

수서역 SRT 승강장
[사진1] 수서역 Srt 승강장

수서역이라는 곳을 SRT 열차를 타기위해 처음 와봤다. 사람들이 SRT를 많이 타는구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이때부터 내 머리도
'아 여행 가는구나'라고 깨달았는지 가슴이 점점 뛰기 시작했다. 이런 류의 가슴 뛰는 느낌은 꽤나 오랜만이어서 반가웠다.
SRT 열차에 오르고 나서 생각해보니 장장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앉아서 가야 한다니, 무엇을 하면서 갈까? 하다가 가방에 항상 챙겨 다니는 스케치북을 꺼내 들었다. '시간을 때우는 데에는 그림만 한 게 없지!' 가끔 인스타그램을 보다 보면
종종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리는 '어반 스케치(Urban sketch)'가 보일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와 저렇게 도로나 인도 한복판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나같은 소심한 사람은 절대 못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어반 스케치가 대수인가?
이렇게 기차 안 풍경도 풍경이니 이것 또한 어반 스케치 아닌가?
어떻게 그림을 그려 나갈까 생각을 하다가,
'연필로 그리면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내 성격상 몇 번이고 지우고 그리고를 반복하다가 지쳐서 마무리를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거쳐서 내린 결론으로 고칠 수 없는 펜 드로잉을 그리기로 했다.
 

기차 안 펜드로잉
[그림1] 부산으로 가는 기차안에서의 펜 드로잉

*펜 드로잉에 사용한 도구 정보*

펜-(위) FABER-CASTELL의 PITT artist pen(붓 펜 형태의 두꺼운 펜으로 넓은 부분을 칠할 때 사용)

(아래) Artline의 DRAWING SYSTEM 0.05(얇고 납작한 펜 끝으로 일정하게 얇은 선이 필요할 때 사용)

드로잉 노트-아트스퀘어 하드커버 레드 크로키 북 A4

  

펜 드로잉의 매력은 '고칠 수 없는'이라는 그림의 속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고칠 수 있는 그림을 그린다면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해서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안도감 때문에
한 획,한 획을 소홀히 긋는 경향이 있다
(내가 그렇다 ㅎㅎ;;)
하지만 '고칠 수 없는' 펜 드로잉이라면 한 획을
긋는 데에 엄청난 정성을 들이게 된다.
지금 이 한 획을 그으면 다시 수정을 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그대로 이어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래서 펜 드로잉 한 장의 그림에는 많은 생각과 본인의 욕심과의 타협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종류의 그림이 그렇듯이 다 다른 매력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펜 드로잉은 특히나 알싸하고 매콤한 그런 매력이 있는 그림 그리는 방법인 것 같다. 부산에 도착해서 동생 집에 짐을 풀고, 곧바로 나의 주특기인 '숙소 근처 골목 돌아다니기'를 시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의 버릇? 인 '골목 돌아다니기'를 하다 보면 내가 속해 있는 동네의 이미지와 인상이 몸에 남는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보면 목적지로 향하는 '더 빠른 길'을 발견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예쁜 카페' 를 발견하기도 한다. 어느 때엔 전체가 담쟁이넝쿨로 뒤덮인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볼법한 건축물을 찾은 적도 있었다.  '골목 돌아다니기'는 나만의 보물찾기 인 셈이다. 부산에 와서도 예외는 없다고 생각하며 골목골목 돌아다니던 중 찾은 숨겨져 있는 듯했던 카페 겸 게스트하우스
[에틱아일랜드]
에틱아일랜드 | 카카오맵 (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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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틱아일랜드

부산 수영구 광안로21번길 24 1층 (광안동 148-42)

place.map.kakao.com

[영상1] 에틱 아일랜드 입구 강아지 하품영상

처음 카페를 봤을 때 저 강아지에게 호객을 당해서 들어갔다. 당신이라면 저 강아지를 보고 서도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가?! 들어가 보니 한 마리가 더 있고, 크기도 막상 겁 이날 정도의
사모예드였지만,사장님께선 '물지는' 않는덴다..
'사장님 그럼 ... 다른 건요..😳?!'
친절하신? 사장님과 대화 후 입구 공간에 마련되어 있는 자리에서 가만히 여유를 즐기고 있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

카페 펜 드로잉
[그림2] 카페 에틱아일랜드에서 펜 드로잉

카페가 마음에 들어서 펜 드로잉을 안 그릴 수가 없었다. 앤티크 한 벽돌과 오크통,
사장님의 취향이 마음껏 느껴지는 가구와 적절한 식물들 덕분에 퇴사를 한 후 진정한 '휴식'을 즐기는 것 같았다.
많은 걱정과 상념이 사라지고 은은하게 부는
바람과 잔잔한 노랫소리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앞으로의 일들이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전하고 싶은 이야기

가끔은 위 이야기의 저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여행은 삶의 환기가 필요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답답하고 막막했던 일상에서 벗어나 예기치 못한 편안함과 특별한 장소를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나에게 선물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일상이 답답하고
막막하다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의
갑작스러운 여행이 필요한 순간일 수 있습니다.
항상 똑같은 일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다시 한번
열정을 일으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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